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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뉴 노멀' 리뷰 (일상 공포, 연쇄 살인마, 정범식 감독)

talk51132 2026. 8. 13. 18:39

목차


    평범한 일상이 언제든 지옥으로 바뀔 수 있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믿어야 할까요. 영화 '뉴 노멀'은 혼자 사는 집, 편의점, 커뮤니티, 데이팅 앱 등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현실을 담은 옴니버스 공포 영화입니다.


    일상 공포가 시작되는 공간 — 연쇄 살인마 현정의 이야기

    '인간은 사회의 동물이다'라는 말처럼,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일상을 영위합니다. 그런데 영화 '뉴 노멀'의 첫 번째 에피소드는 바로 그 '일상적인 공간'이 얼마나 쉽게 공포의 무대로 전락할 수 있는지를 섬뜩하게 보여줍니다.

    최근 혼자 사는 여성을 노린 연쇄 살인 사건이 급증하는 가운데, 동일범의 소행으로 추정된다는 뉴스가 흘러나옵니다. 그날 밤, 혼자 살고 있는 현정의 집에 과제 점검을 핑계로 수상한 검침원이 찾아옵니다. 현정은 마지못해 문을 열어주지만, 검침원은 무례하고 치근덕거리며 심지어 집안을 마음대로 돌아다닙니다. 불쾌함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순간, 현정은 검침원에 의해 자신이 위험에 처할 것을 직감하고 단 한 번의 기회로 상황을 끝내려 결심합니다.

    긴장이 극에 달한 순간, TV와 로봇 청소기가 갑자기 작동하고, 방심한 현정은 검침원에게 목을 졸리는 위기에 처합니다. 그러나 결국 검침원은 현정에게 제압당하고, 뉴스에서는 연쇄 살인마가 남성이 아닌 여성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이 보도됩니다. 그리고 뉴스가 지목한 연쇄 살인마의 유력한 용의자는 다름 아닌 현정이었으며, 검침원은 현정의 다음 희생양이 될 운명에 처하고 맙니다.

    이 에피소드가 특히 강렬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단순한 반전 때문만은 아닙니다. 다수의 사람이 '안전하다'고 믿었던 일상의 공간, 즉 자신의 집, 문 앞, 현관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영역이 공포의 진원지가 된다는 점에서 관객은 깊은 불안감을 느낍니다. 피해자라고 생각했던 인물이 가해자였다는 반전은, 우리가 타인을 얼마나 피상적으로 판단하고 있는지를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혼자 사는 여성이라는 키워드는 처음에는 피해자의 서사처럼 보이지만, 영화는 그 틀 자체를 해체하며 관객의 고정관념을 정면으로 흔들어 놓습니다. 이처럼 '뉴 노멀'은 공포의 방향이 어디서, 누구로부터 올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불안을 일상 공포의 핵심 정서로 내세웁니다.


    연쇄 살인마보다 더 소름 끼치는 이웃 — 기진의 뒤틀린 사랑과 익명 커뮤니티

    미친 살인마를 피했어도, 몇 블록 떨어진 빌라에는 또 다른 소름 끼치는 이웃 기진이 숨 쉬고 있습니다. 기진은 옆집 여자 해연의 채취에 광적으로 집착하며 위험 수위를 넘어선 사랑을 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익명의 키보드 워리어 연진은 기진에게 해연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갈 것을 부추기고, 연진의 무책임한 조언에 자극받은 기진은 스스로를 로맨스 영화 주인공이라 믿으며 마침내 해연의 집에 침입합니다.

    해연의 집에 들어섰지만 채취가 느껴지지 않자, 기진은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만족합니다. 나아가 해연의 칫솔로 이를 닦는 등 황홀한 변태적 행동을 즐기지만,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음을 전혀 모릅니다. 이후 해연이 집에 돌아와 어수선한 분위기를 감지하지만 이내 의심을 거두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마치 숨어 있는 기진에게 말하듯이 행동합니다. 해연이 샤워하러 들어간 틈을 타 탈출을 시도하던 기진은 다시 한 번 해연에게 다가갈 절호의 기회라 착각하고, 해연이 자신을 알고 욕하는 상황에서도 '저랑 한번 하실래요?'라는 충격적인 말을 내뱉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잔혹했고, 기진의 뒤에는 장롱에 감긴 싸늘한 시체가 있었으며, 이는 곧 기진의 미래였습니다. 스스로 지옥에 들어간 기진은 끔찍한 최후를 맞이합니다.

    이 에피소드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축은 바로 익명의 키보드 워리어 연진의 존재입니다. 억대 연봉은커녕 편의점 알바생인 연진은 인터넷 게시판에서 익명으로 스트레스를 풀며 폭력적인 조언을 쏟아냅니다. 연진의 무심한 조언이 실제 살인으로 이어졌다는 글이 올라오지만, 연진은 대수롭지 않게 시체 처리법까지 조언합니다. 그러다 스레드의 글이 점점 더 디테일해지자 연진은 무서움을 느끼고, 글쓴이가 남긴 좌표로 향하게 됩니다.

    이 에피소드는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가 가진 이중적 속성을 정면으로 겨냥합니다. 현실에서 억눌린 감정을 익명 뒤에 숨어 배출하는 행위가 얼마나 가볍게 타인의 삶과 죽음에 개입할 수 있는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기진의 망상에 기름을 부은 연진의 말 한마디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한 채 무책임하게 내뱉은 언어가 실제 폭력으로 이어진다는 경고이기도 합니다. 조용히 혼자 있고 싶어 온라인 커뮤니티를 택한 연진이 오히려 거대한 악연의 고리 안으로 걸어 들어간 결말은, 익명성이 결코 안전의 보장이 되지 못한다는 현실을 처절하게 증명합니다.


    정범식 감독이 설계한 데이팅 앱 공포 — 악연의 고리와 뉴 노멀 시대

    지독하게 꼬인 악연은 끝나지 않습니다. 편의점에서 불편한 시선을 받았던 여대생 해경의 데이트 현장으로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해경의 데이트 상대는 데이팅 앱으로 두 탕을 뛰고 있었고, 그의 세컨 폰에서 매칭 알림이 울립니다. 해경은 상대방의 이중적인 행동에 분노하며 소개팅 분위기는 얼어붙습니다.

    한편, 짝을 찾던 취준생 현수에게도 문자 한 통이 도착하고, 상대방의 의미심장한 메시지에 곧바로 믿기 힘든 일이 벌어집니다. 현수는 처참한 살인 현장을 목격하고, 피해자의 가방이 자신의 가방과 동일하다는 사실에 충격받습니다. 급히 집으로 향하던 현수에게 이상형 매칭 알람이 울리며 어플 속 소개팅남과 마주치게 되고, 노란 가방을 쫓던 어플 속 소개팅남의 정체는 연쇄 살인마 현정이었으며, 현수의 일상은 도살장으로 변합니다.

    '기담'과 '곤지암'을 연출한 정범식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평범한 공간을 숨 막히는 지옥으로 바꾸는 탁월한 연출력을 유감없이 발휘합니다. 특히 데이팅 앱이라는 소재는 현대인의 관계 맺기 방식을 정조준합니다. 불특정 다수와의 연결이 클릭 한 번으로 이루어지는 시대에, 우리는 화면 너머의 상대방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요. 영화는 이 물음에 섬뜩한 방식으로 답합니다.

    영화 '뉴 노멀'의 리뷰에서 다룬 에피소드 외에도 충격적인 두 개의 에피소드가 더 있으며, 얽히고설킨 악연의 결말은 풀 버전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플랫폼에서 시청 가능한 이 작품은, 조용히 자신만의 일상을 살아가던 사람들이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연결되고 파국을 맞이하는 구조를 통해, '뉴 노멀'이라는 제목이 단순한 영화 타이틀이 아님을 상기시킵니다. 누구도 믿을 수 없고 안전할 수 없는 잔혹한 현실, 그것이 이 시대의 뉴 노멀일지도 모른다는 물음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오래 남습니다.


    '인간은 사회의 동물이다'라는 말은 진리처럼 들리지만, 영화 '뉴 노멀'은 그 연결이 언제든 독이 될 수 있음을 상기시킵니다. 다수가 안전하다고 믿은 일상이 소수로 인해 무너지는 순간, 우리는 끊임없이 '만약에'라는 물음 앞에 서게 됩니다. 정범식 감독의 서늘한 현실 공포가 묵직하게 울립니다.


    [출처]
    영상 출처: https://youtu.be/LToiOgexo_8?si=tVE-JPW5dwh68P_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