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카테고리 없음

영화 '더 파이브' 리뷰 (참신한 소재, 개연성 부족, 기대치 조절)

talk51132 2026. 8. 21. 16:31

목차


    한국 영화 중에서도 장기 이식이라는 소재를 복수극의 핵심 동력으로 활용한 작품은 매우 드뭅니다. 사이코패스 살인마에 의해 가족을 잃은 생존자가 자신의 장기를 미끼로 복수 팀을 꾸린다는 설정은, 단순한 복수 스릴러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독창성을 품고 있습니다.


    참신한 소재가 돋보이는 복수극의 출발점

    이 작품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단연 설정의 참신함입니다. 주인공 고은아는 사이코패스 살인마 오재욱에 의해 남편과 딸 가영을 잃고, 자신도 뇌사 상태에 빠지는 극단적인 비극을 겪습니다. 오재욱은 170cm 이상의 여성만을 표적으로 삼는 연쇄 살인마로, 피해자들을 살해한 뒤 시체로 인형을 제작하는 극도로 잔혹한 인물로 묘사됩니다. 이러한 악역의 설정 자체는 강렬한 공포감과 혐오감을 자아내며, 관객으로 하여금 복수의 당위성에 충분히 공감하게 만듭니다.

    기적적으로 의식을 되찾은 고은아(이하 은하)는 하반신 장애를 안고 2년이라는 세월을 버텨냅니다. 그 과정에서 은하는 인터넷 중고 사이트에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낙서가 있는 라이터를 발견하며 단서를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이 라이터 하나에서 시작된 수사가 점차 오재욱을 향해 좁혀지는 과정은 이야기의 추동력으로 작용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작품을 차별화하는 것은 복수 팀 구성 방식입니다. 은하는 자신과 동일한 혈액형과 조직을 가진 장기 이식이 절실한 사람들을 모아, 복수를 완수하면 자신의 장기를 기꺼이 나누어 주겠다는 제안을 합니다. 신장이 필요한 아내를 둔 조폭 출신 특수기사 장대우, 각막이 필요한 탈북자 출신 철물점 사장 백남철, 아픈 어머니에게 줄 심장이 필요한 흥신소 직원 박정아, 그리고 자신을 죽이려 했던 의사 철민까지, 각자의 절박한 사정이 교차하며 팀이 완성됩니다. 장기 이식이라는 생사의 문제와 복수라는 도덕적으로 복잡한 행위를 하나의 계약으로 묶어낸 이 발상은 분명 기존의 복수 서사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독창적인 구조입니다. 사용자 비평이 지적하듯, 이 소재만큼은 "굉장히 참신하다"는 평가를 충분히 받을 만합니다. 아이디어의 층위에서 이 작품은 분명 출발이 매력적입니다.


    개연성 부족이 발목을 잡은 웹툰 원작 영화의 한계

    그러나 참신한 소재가 곧 완성도 높은 서사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이 작품은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공통적으로 지적받는 문제, 즉 이야기의 흐름이 부자연스럽고 등장인물의 행동에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약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웹툰이라는 매체는 각 화마다 독자의 시선을 붙잡아야 하는 구조적 특성상, 극적인 반전과 충격적인 장면을 빈번하게 배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영화라는 단일한 서사 흐름으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캐릭터의 심리 변화나 사건 간의 인과관계가 충분히 설명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작품 역시 그 전철을 밟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장기 이식 명단을 요구하며 불법임을 알면서도 팀에 합류하는 철민의 결정, 팀원들이 처음에는 믿지 않다가 비교적 빠르게 설득되는 과정, 그리고 범인 오재욱이 은하 팀의 추적을 너무 쉽게 역이용하는 장면들은 서사적 필연성보다는 플롯의 편의에 의해 구성된 인상을 줍니다. 인물들이 왜 그 선택을 했는지에 대한 심리적 동기 부여가 충분하지 않으니, 관객은 이야기를 따라가면서도 감정적으로 완전히 몰입하기 어렵습니다.

    기독교 신자 혜진의 희생도 비슷한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유방암 재발로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혜진이 은하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설정은 그 자체로 감동적인 소재이지만, 혜진이라는 인물에 부여된 서사적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그 희생이 가져야 할 무게감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합니다. 결국 혜진의 죽음은 감정적 클라이맥스가 되어야 할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플롯 장치로 소비되는 인상을 남깁니다. 웹툰 원작 영화들이 반복적으로 지적받는 이 고질적인 문제는, 탁월한 원작 아이디어가 영상화 과정에서 얼마나 쉽게 희석될 수 있는지를 다시 한번 보여줍니다.


    기대치 조절이 필요한 악역 묘사와 전체적 완성도

    이 작품에서 또 하나 집중적으로 비판받는 지점은 악역 오재욱의 묘사 방식입니다. 오재욱은 인형 제작 기술자라는 직업을 위장 삼아 사람을 살해하고 시체로 인형을 만드는 인물로, 설정 자체의 공포감은 상당합니다. 그러나 영화 내에서 그는 지나치게 천하무적에 가까운 존재로 묘사됩니다.

    백남철이 은하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다시 아지트로 향했다가 오재욱에게 발각되어 목숨을 잃는 장면, 혜진이 은하 대신 희생되는 장면, 장대우마저 방심한 사이 오재욱에게 당하는 장면 등 팀원들이 차례로 무력화되는 과정을 보면, 오재욱은 거의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존재처럼 기능합니다. 이는 악역의 위협감을 높이기 위한 의도로 보이지만, 현실적인 설득력 없이 반복되다 보니 오히려 서사의 긴장감보다는 황당함을 유발하는 역효과를 낳습니다.

    또한 오재욱이 자신이 죽인 사람들을 '쓰레기'라 칭하며 살인 행위를 예술이라 포장하는 장면은 캐릭터의 광기를 부각하려는 의도이지만, 그 광기가 충분히 축적된 서사 위에 세워지지 않았기 때문에 설득력보다는 연출적 과장으로 읽히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국 은하가 오재욱이 만든 인형들을 하나씩 깨부수며 그에게 최고의 고통을 안기는 최종 복수 장면은, 카타르시스를 노린 연출임이 명백하지만 그 감정적 토대가 충분히 쌓이지 않은 탓에 쾌감보다는 허전함이 앞서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하라는 캐릭터가 하반신 장애라는 신체적 한계를 안고 오로지 의지와 지략으로 팀을 이끄는 모습, 그리고 복수를 마친 후 자신의 장기를 기꺼이 내어주겠다는 결심은 이 작품이 지닌 유일무이한 정서적 핵심입니다. 이 부분만큼은 웹툰 원작 특유의 과감한 상상력이 긍정적으로 발휘된 대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핵심이 완성도 있는 연출과 서사로 뒷받침되었더라면, 이 작품의 평가는 분명 달라졌을 것입니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독창적인 설정만으로는 한 편의 영화를 완성할 수 없다는 것을 이 작품은 다시 한번 증명합니다. 장기 이식을 매개로 한 복수극이라는 발상은 분명 탁월하지만, 개연성 부족과 천하무적 악역이라는 약점이 완성도를 크게 끌어내립니다. 시청을 고려한다면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것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출처]
    영상 출처: https://youtu.be/JBFfrx9V5u4?si=Alh1ytW3ShwSV0_j